돌아보는
05-06 시즌 부터인가.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으로 이적을 하며 자연스레 우리나라에 epl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몇 년 뒤, 한국 남성이 자연스레 축구를 접하게 된 것처럼 나도 sbs에서 중계를 하는 epl을 보게 됐다. 그당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되었고, 홍대병인지, 반골기질인지 난 다른 팀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렇게 지역 라이벌 팀인 멘체스터 시티를 응원하게 됐고 10-11 시즌부터 난 이 팀을 좋아하게됐다. 그렇게 벌써 15년차 팬이 됐다.
직장에서 운좋게 안식년을 받게 되어 2024년을 정말 자유롭게 살았다. 그 가운데 꼭 하고 싶었던 것 하나. 내 버킷리스트인 맨시티 경기 직관. 안식년이었지만 이래저래 바빠 미루고 미루다 여러 사람과 함께 직관투어를 갈 수 있는 상품을 발견하고 고민없이 바로 신청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만족스런 투어였다. 맨시티 경기를 직관할 수 있다는 점을 빼고도 말이다. 프랑스와 영국을 배낭여행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도 있었고, 함께 일정을 소화해내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분의 가이드 분 덕분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이 후기를 보고 상품을 고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8박 10일을 함께 했던 사람으로 몇 가지 남기고픈 말이 있다.
1. 사람들이 추가비용을 지불해가면서까지 패키지를 선택하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 나의 노동력과 모자란 지식을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대신해주고 편하게 다니려는 것일 거라 생각한다. 그렇담 나의 일정을 모두 여행 업체에게 일임한 것인데, 미리 받아본 일정표에 자세한 일정들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동은 어찌 하는지, (일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현지에서 가이드분과 어떻게 합류하고 동행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2. 현지에서 이동은 ‘당연히’ 업체측 차량이 있는 줄 알았다. 업체측에서 제공해 준 준비물표에 ‘우산’은 없었다. 업체에서 제공하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줄 알았다. 따라서 난 챙기지 않았다. 프랑스에 있던 모든 날에 비가 왔다. 업체 측 차량은 없었다. 함께 다니는 파트너의 우산 속을 비짚고 들어가거나, 가이드분이 사다주신 우비를 입었어야 했다. 자유일정이 아닌 가이드와 동행하는 일정에 ‘현지 이동은 대중교통으로 진행합니다.’ 이 문구 한 문장만 있었어도 대충의 동선과 세부 일정들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준비물도 달라질 수 있었겠다 싶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매일 하루에 2만보를 넘게 걸었다. 가이드와 함께 이동했던 ‘공식 일정’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자유일정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렇담 준비물에 걷기 편한 운동화를 신고오라는 당부라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3. 한국이 아니기에 일정이야 얼마든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여긴다.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실제로 파리 생제르망 경기 일정이 바뀌었던 터라 여행 출발일을 바꿔야 했다. 여기서 짚고 싶은 것은 고객과 업체의 소통 방식이다. 처음으로 패키지 여행을 접한 나는, 패키지 여행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는지, 그 외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그래서 업체측에 문의를 했다. 업체 업무 시간에 문의를 넣었고, 답변은 썩 빠르지 않게 돌아왔다. 그리고 업무 시간 외에는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들도 노동자이기에 노동권리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여긴다. 다만 현지 가이드분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그건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문서나 톡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이 아닌 자정이 넘은 시간에 통화를 걸어왔다. 그것도 출발 이틀전에 말이다.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었겠지만 노동자의 노동권리도 중요한 것처럼 자정이 넘는 시간에도 연락을 취한다는 건, 출발을 앞두고 본격적인 실무처리와 행정업무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업체측으로 문의를 넣는 고객에게도 신속하게 소통해야했던 것은 아닐까.
4. 반대로 생각해보면 패키지 여행과 자유여행의 성격을 섞어 장점들을 다 겪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싶다. 나보다 현지를 더 잘 알고 고객들의 편리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주시는 가이드분들 덕에 축구도, 자유일정도 잘 소화해낼 수 있었다. 또 축구 직관으로만 놓고 보면 좋은 자리를 선점해서 볼 수 있었고, 맨시티 경기날은 vip로 경기장을 들어가서 vip라운지에서 식사도 할 수 있었다.
결론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상품인가? 물어봤을 땐, 위에 늘어놓은 것만 잘 해결이 되고 (물론 내 주관적인 것이기에 업체 측 입장은 다를터.) 고객들의 일정과 니즈가 잘 맞아 떨어진다면 추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가이드분들이 너무 좋았다. 우린 두 분의 가이드 분과 함께 일정을 함께 했는데 그분들은 진심으로 우리를 위해주셨고, 본인들의 사적인 영역을 최소한으로 미뤄두실 정도였다. 오히려 그분들의 노동권을 함께 지켜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떠났지만, 후회는 없다. 여행지에 남겨놓은 아쉬움 때문인지 다시 떠날 수 있다면 또 떠나고 싶을 정도. 앞으로를 기대하며 다시 현생으로 돌아와 열심히 살아야지.